국회예산정책처 비판에 경제부처 '진땀'

입력 2020-01-14 17:23   수정 2020-01-15 01:31

세종에 있는 중앙부처 공무원을 가장 곤혹스럽게 하는 기관을 꼽으라면 어디일까. 감사원이나 검찰, 청와대 등을 떠올릴 수 있지만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등 경제부처의 정책라인들은 국회예산정책처를 지목한다. 확대재정, ‘문재인 케어’ 확대, 고용보험 가입요건 완화 등 핵심 정책을 제시할 때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도마에 올라 조목조목 비판받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담당 공무원들은 이를 불편해하면서도 “실력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문재인 정부의 새로운 저격수?

정부와 국회예산정책처의 대립각이 최고조였던 시기는 지난해 10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연설 때다. 문 대통령은 “재정이 대외 충격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해야 한다”며 재정 지출 증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당일 국회예산정책처는 ‘2020년 예산안 총괄분석’을 통해 확장재정 정책의 불합리성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재정이 건전하다는 정부 입장에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재정수지 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 발언과 관련해서는 “한국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일수록 경제 위기 시 채무비율이 급등할 수 있으므로 국가채무를 낮게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케어 확대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건전성과 관련해서는 “2024년 누적 적립금을 다 쓰고 누적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2022년 이후에도 10조원 이상의 누적 적립금을 유지할 것이라는 정부 전망과 정면 배치된다.

고용부가 매달 “가입자 수가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고 홍보하는 고용보험과 관련해서도 비상벨을 울렸다. 올해 고용보험 적자가 1조4436억원으로 작년보다 3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날 선 자료를 내놓을 때마다 각 부처는 해당 발표를 전한 언론 보도에 대응하는 형태로 반박 자료를 낸다. 하지만 여야가 함께 있는 입법부 산하 기관으로 ‘중립성’이란 권위를 갖고 있는 만큼 이 같은 반박은 잘 먹히지 않는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2054년에 고갈될 것이라는 국회예산정책처의 추계 방법이 잘못됐다는 자료를 내도 언론과 학계에서는 국회예산정책처 전망이 더 비중 있게 인용된다”고 토로했다.

“불편하지만 실력은 인정”

국회예산정책처는 정부 예산과 결산, 사회보험 등 준조세 관련 국회 심의를 돕기 위해 2004년 설립됐다.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면서 전문적인 연구·분석을 수행하는 게 목적이다. 각계에서 영입한 120여 명의 분석관이 각종 정부 정책의 재정 타당성을 분석하고 있다.

과거에도 국회예산정책처는 정부와 자주 충돌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7월 국회예산정책처가 낸 분석에 대해 기획재정부가 “무의미한 지적”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자, 국회예산정책처가 다시 반박 자료를 내는 등 공방전을 펴기도 했다.

이번 정부 들어 국회예산정책처의 존재감이 부각되는 것은 퍼주기 식 복지 등 방만한 재정 집행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들도 국회예산정책처의 존재를 불편해하면서도 실력만큼은 인정하는 분위기다. 중앙부처 국장급 공무원은 “갖고 있는 정보가 적으니 틀린 부분도 있지만 분석의 논리와 정밀성은 인정할 만하다”며 “그 덕분에 공무원들도 예산 추계 등을 더 꼼꼼히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고위 공무원은 “담당 과장의 보고 때 이해가 잘 안 됐던 대목을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를 보고 제대로 이해한 적이 있다”며 “국회예산정책처 자료를 보여주며 ‘이렇게 쉽게 풀어낼 방법을 고민해 보라’고 한 적도 있다”고 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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